영도 산복도로
"영도에 산복도로가 있어?"
부산에 오래 살았던 친구가 뜬금없이 묻는다.
"응, 당연히"
"정말?"
"그렇다니까? 너는 나보다 훨씬 오래 부산에 살았으면서도 그걸 몰라?"
"나 오늘 처음 들었어. 그런데 산복도로는 초량 수정동에 있는 곳이 아냐?"
"그래 그곳도 산복도로야. 하지만 부산에 산복도로가 많아. 영도에도 있고, 아미동에도 있고, 심지어는 서동에도 있어? 아마 찾아보면 더 있을걸"
그 친구는 산복도로를 고유명사로 인식하여 있었다. 수정동에 있는 '망양로'고만이 산복도로라고 생각한 것이다. 부산에 거의 평생을 산 친구가 말이다. 산복도로(山腹道路)는 산의 배, 그러니까 중턱에 만들어지는 도로를 말한다. 산복도로는 부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산복도로라고 거의 부르지 않고 부산에서는 그렇게 부른다. 창원세 산보도로가 있다. 무학로와 고운로이다. 부산에서 유명한 산복도로는 망양로, 엄광로, 대티로이다.
망양로는 대청동-초량동-수정동을 잇는 가장 잘 알려진 산복도로이다. 엄광로는 망양로의 연장선으로 안창마을 입구에서 시작해 가야동과 개금동까지이다. 엄광로는 망양로나 대티로, 영도의 하나길과는 다르게 산복도로 느낌이 나지 않는다. 초장동과 아미동, 남부민동까지 이어진 해돋이로가 있다. 해돋이로는 대티로를 이어받아 암남동 직전에서 멈춘다.
방문일 2023년 5월 5일
영도에는 도로가 거미줄처럼 겹겹히 엮어져 있다. 가장 큰 도로는 남항대교와 부산항 대교를 잇는 영도도가교 아래에 확장된 도로이다. 그리 넓은 길이 아니었는데 고가도로가 생기면서 확장되어 현재 가장 넓다. 그다음은 절영로 일부와 꿈나무길이다. 세 번째 길이 하나길이다. 왜 하나로가 아니라 하나길이라고 했을까? 의아하다. 한 단계 더 높은 길이 있다. 명신교회에서 시작해서 삼거리 슈퍼에서 하나길과 만나는 중복길-봉래길이다. 봉래길이 영도에서 가장 높은 산복도로에 속한다. 필자가 걸었던 길은 하나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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