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 전망대, 이중섭 거리
이중섭 전망대와 이중섭 거리는 이중섭이 피난하여 부산 동구 범일동 1497번지에 거할 때 다양한 창작활동을 한 것을 기념하여 만든 곳이다. 이중섭 거리와 전망대는 다르게 표기되어 있지만 가보면 같이 붙어 있다. 아마도 그냥 용도가 달라 다르게 표기한 것을 보인다. 이중섭 전망대가 있는 곳은 동구 범일도 1462-9번지이다. 이중섭이 살았던 장소와는 약간의 거리가 있다.
좌천삼거리와 부산진교회를 거쳐, 안용복기념 부산포개항문화관을 방문했다. 그리고 이제는 처음 가려고 했던 이중섭 거리를 향했다. 지도를 보고 걸어갈만해서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계산에 빠진 것이 하나 있었다. 내가 지금 걷고 있는 곳은 평지가 아니라 산복도로라는 점과 수많은 계단과 오르막이 있다는 것이다. 걸어도 걸어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중간에 포기할 수도 없다. 그렇게 10여분을 걷다 보니 드디어 보이기 시작했다.
이중섭 전망대
부산 동구 증산로 168
난 처음 이중섭 거리 간판 위에 있는 표시를 이해하지 못했다. 뭘까?? 무슨 표식이지?? 한참을 들여다 봤다. 집에서 다시 사진을 보니 ㅈㅜㅇㅅㅓㅂ이었다. 그러니까 '중섭'을 풀어서 디자인 것이다. 헐..... 어쩌겠는가 디자인한 사람 맘이지. 저곳으로 내려가면 이중섭 거리가 나온다. 엄밀하게 거리가 아니라 '이중섭 계단'이다. 천길 낭떠러지로 내려가는 계단. 아마 지옥은 저런 계단을 영원히 오르락내리락하는 곳일지도.
먼저 바로 옆에 있는 이중섭 전망대로 갔다. 이곳에 전망대를 세운 이유를 알겠다. 전망대에 서면 아래로 범일동이 한눈에 들어온다. 왼쪽으로는 안창마을로 올라가는 길이고, 건너편은 범일동에서 범천동으로 넘어가는 고갯길이다.
이중섭 전망대에 올라서면 주변 풍광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저멀리 보이는 주택단지가 범천동이다. 안창에서 내려오는 작은 천이 있는데 그 천을 사이로 동쪽은 부산진구 범천동이고, 서쪽은 도구 범일동이다. 작은 천의 이름은 호계천인데 수정산에서 발원하여 범일동을 거쳐 동천에 합류한다. 범일동, 범천도, 호계천 모두 '호랑이'를 뜻하는 지명이다. 동구는 이바구길의 이름을 '호랭이 이바구길'로 부른다. 호랭이는 호랑이의 부산 사투리다. 그런데 호랭이는 전라도에서 사용되는데? 그냥 옛말인가?
이중섭 전망대에서 한참을 보다 곧바로 이중섭 거리로 가지 않고 바로 아래에 있는 이중섭 쉼터로 향했다. 특별한 것은 없고, 마을 주민들이 운동할 수 있도록 운동 기구가 있고, 약간의 공터와 이중섭의 글미을 벽화로 만들어 놓은 곳이다. 이곳을 통해 이중섭 거리로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쉼터에서 올려다본 이중섭 전망대. 계단 그리고 또 계단이 이어진다. 부산은 계단 천국이다.
화단을 보니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뒷처리를 하고 있다. 사람이 와도 빤히 쳐다 보기만 한다. 자시 볼일 다 보고 느릿느릿 사라졌다.
쉼터에서 바로 오른쪽 아래를 보면 이렇게 작은 골목이 나온다.
골목으로 들어가면서 깜짝 놀랐다. 이렇게 좋은 골목 안에 집들어 양쪽으로 있다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 아... 이쪽 분들은 이렇게 사시는구나? 안의 시설이야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겠지만 분위기는 50년 전에도 이랬으리라. 이중섭도 이런 곳에서 살았을까?
나왔다. 이중섭 거리는 이렇게 되어 있다. 계단이 끝없이 이어진다. 이중섭 거리는 이중섭의 중요한 작품을 바닥에 그리고 벽화로 만들고, 실물로 만들어 전시하고 있다.
계단 벽은 타일로 이중섭의 그림들은 인쇄해 전시해 두었다. 이렇게 많은 그림을 그렸던가? 놀랍다. 이중섭은 범일동에서 지내면서 낮에는 부두에서 하역 작업을 하면서 돈을 벌고, 밤이 되면 집에서 왕성한 창작 활동을 했다고 한다. 곳곳에 기록한 이중섭 편지를 읽는 재미가 솔솔 하다. 아내에게, 아이들에게 자신의 상황을 알리고, 그림으로 그려 보냈다.
이중섭 거리를 내려와 걸으니 특이한 집이 보여서 찍어다. 좁은 골목을 앞에 두고 불규칙적인 모양의 집이 지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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