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덕동 레고마을
만덕동의 레고마을은 레고로 만들어진 집이 아니다. 레고처럼 보여서 그렇게 붙인 이름이다. 이곳은 부산시에서 정책적으로 만들어진 최후의 주택단지라고 할 수 있다. 아파트가 아닌 일반 주택을 거의 동일한 모형으로 지은 것은 만덕동의 레고마을이 마지막일 것이다.
만덕동의 레고마을은 1986년 국민주택으로 지어진 것으로 하지만 당시 가격이 4,400만 원이라는 엄청난 가격으로 팔았다. 주변의 주택보다 4-6배가 비싼 가격이었다. 지금까지 부산시에서 정책적으로 만든 주택단지로는 가장 넓고, 가장 좋으며, 가장 비싸다. 내가 보기에 그냥 장사를 한 것이다. 오늘 이곳을 다녀온 후 이만저만 실망을 한 게 아니다. 내가 만덕동 자체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북구의 정책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레고마을로 가는 길은 어디에도 표지판이 없다. 필자는 부산에 오래 살았고, 모라와 주례에도 살았고, 만덕동을 종종 지나쳤기 때문에 길을 어느 정도 알지만 찾아가기가 쉽지 않았다.
이 길은 만덕옛길이다. 덕천과 구포모라 등지에서 오는 차량들은 대부분 이 길을 타고 동래 방향으로 넘어갔다.
길이 어딘지를 몰라 카카오맵을 열고 방향을 잡으며 한참을 찾았다. 실제로 카카오맵에도 '레고마을'이란 표시가 없다. 네이버 지도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어째 북구관광안내도에는 버젓이 소개하고 있다. 한참을 찾다 은행나무길로 들어서서 올라갔다.
이곳부터가 레고마을이다. 멀리서 지붕을 직은 사진들은 레고처럼 멋지게 보이지만 실제로 레고마을로 오면 아무것도 없다. 이곳에 레고마을인지 표시도 없고, 지붕도 보이지 않는다. 결국 레고모양의 마을을 보려면 주변 아파트 고층으로 올라가야 하지만 현재 아파트에서는 레고 마을을 찍으려는 사람들을 차단하고 출입을 막고 있다. 그러니까 지금 내가 보는 풍경이 전부인 셈이다. 아무런 표지판도 없고, 역사도 없고, 아무런.. 정말 아무런 것도 없다.
하도 궁금해서 찾아보니 여행톡톡이란 곳에서 "너무 볼게 없어요 경상도 여행 계획 중이라면 피해야 한다는 여행지 5곳"에 당당히 만덕동의 레고마을이 올라가 있다.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차라리 관광 안내지에 올리지나 말지. 정말 어이가 없다. 내가 어떤 여행지나 마을을 돌면서 이렇게 비판한 적이 있던가? 그 마을에 적합하게 그냥 그렇게 이해하고 넘어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짜증이 난다. 그것도 많이 난다.
내가 와서 놀랐던 것은 이 주택들은 결코 작은 주택이 아니다. 대부분 2층으로 되어 있으며, 13평 정도의 마당까지 가지고 있다. 도대체 주택 하나가 가격이 얼마나 될까? 현재 3년 동안 거래된 것을 보니 평균 4.8억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이 정도의 가격이면 상당히 비싼 편이다. 그러니까 만덕동은 가난한 사람들이 산다는 소문? 은 완전히 틀린 말이다. 이 정도의 가격은 수영팔도시장 주변보다 1배 반 정도 비싼 가격이다. 결코 만덕동은 저렴한? 동네가 아니다. 레고마을 탐방을 마치고 주변 커피숍에 들어가 가게 주인과 한참을 이야기했다. 이 부분은 나중에 만덕동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다시 언급할 것이다. 그분들도 만덕동에 온 지 약 4년 정도 되었다고 한다.
그냥 잘사는 사람들의 집이다. 그렇다고 엄청난 부자라는 말이 아니다. 서동이나 수정도, 영도와 같은 피난민촌이 아닌 것이다. 정책적으로 만든 집이라고 일반적인 개념의 주택이 아닌 것이다. 사실 이곳의 집들은 참 맘에 든다. 하지만 이곳을 관광지로 소개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상당히 기분이 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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