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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고갯길] 장고개

에움길 발행일 : 2023-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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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고개는 문현동과 우암동 사이에 있는 고갯길로 감만동과 우암동 주민들이 장고개를 건너 부산진시장으로 가기 위해 지나갔던 고갯길이다. 장을 보러 가는 고갯길이라 하여 장고개라 불렀다. 부산의 장고개는 많다. 하지만 정식적으로 '장고개'로 부르는 곳은 이곳이다. 부산 안에서도 해운대 장고개, 기장 장고개, 용당 장고개 등이 있지만 대부분 사라지고 없다. 도시화되면서 길이 넓혀지고, 평탄화 작업이 이루어지면서 '고개'라는 이름만 남은 곳이 있고, 이름 자체도 사라진 곳도 많다.

  • 방문일 2023년 5월 16일
  • 사진이나 그림에 특별한 설명이나 날짜가 없는 것은 필자가 직접 찍은 것이며, 날자는 2023년 5월 16일이다.

 

 

 

최종 목적지는 우암동이었다. 하루 최대 5km 정도만 걸을 생각이기 때문에 무리하지 먼 곳까지 잡지 않는다. 처음에는 우암동을 거쳐 감만동까지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거리가 너무 멀었다. 지겟골역에서 문현동과 우암동을 거쳐 감만동까지 가려면 직선 거리로 3.5km 정도이다. 실제로 이곳저곳을 돌며 다니며 거의 15km 이상 걷게 된다. 그러면 거의 녹초가 되어 집에 가기도 힘들어진다. 깔끔하게 감만동은 포기하고 문현곱창거리와 동천삼거리, 마지막으로 우암동까지 걷는 것으로 계획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우암동에서 나오니 시간이 벌서 오후 7시가 다 되어 있어서 더 이상 갈 수도 없었다.

 

장고개는 멀지 않다. 지겟골역에서 내려 걸어서 가면 약 10분 정도가 소요된다. 지겟골역에서 내려 문현곱창골목 입구역에서 마을버스 남구3번을 타고 문현4동 주민센터에서 내리면 된다. 뚜벅이는 지겟골역에서 내려 주변을 들러 본 뒤, 문현곱창골목을 둘러본 뒤 장고개로 올라갔다.

 

남구3 바을버스,

 

지겟골역에서 내리기는 첨이다. 요즘 태어난 처음 겪는 일들이 참 많다. 물론 모든 삶이 다 그렇지만. 하여튼 지겟골 1번에서 출발해 장고개로 향했다.

 

 

 

시티플라자 빌당에서 들어갈 수 있었지만 앞으로 더 갔다. 문현교차로를 한 번 더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주유소 앞에서 좌측으로 들어갔다.

 

 

문현곱창골목 중간쯤에 배정약국이 있다. 그곳에 노오~~피 올라가는 2차선 도로가 보인다. 이곳이 장고개로이다. 실제로 여기서부터 장고개라고 보면 된다. 계속 올라간다. 이곳에서 장고개 가장 높은 곳인 스파슈퍼까지의 거리는 약 520m 정도이다. 스파슈퍼는 문현동이고, 건너편에 있는 상경전원맨션은 우암동에 속한다. 현재 우암동이 시작되는 곳은 아파트 건축이 시작되어 이전마을들이 모두 파괴되었다.

 

 

5층 짜리 세영맨션이 있다. 언덕에 지어서 그런지 계단식으로 지어져 있다. 입구까지 올라오는데 숨이 헐떡거린다. 세영맨션 앞은 작은 사거리를 이룬다. 문현동으로 내려가는 길, 산 쪽으로 올라가는, 부두방향으로 내려가는 길, 그리고 우암동으로 향하는 장고개 방향이다.

 

 

우암동 사람들이 장고개를 넘어 간 곳은 '부산장'이다. 부산장은 지금의 부산진시장과 그 주변을 말한다. 그곳은 원래 부산이 시작되는 곳을 부산진 주변을 부산이라고 불렀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부산광역시와 50년 전에 사람들이 불렀던 부산과는 약간의 거리감이 있다.

 

부산장이 얼마나 컷던지 부산진성(자성대) 주변에서 시작해 부산진교회 바로 앞까지 펼쳐졌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도 그런 장이 있는가 싶은데, 해방 후 그렇게 큰 장이었다니 믿기지가 않는다. 어르신들이 말하는 게 모호해서 답답하기는 하지만 대체로 들어보면 장고개를 넘어 동천을 건너면 장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지금의 범일교차로 부근부터 장이었다는 말이다. 그 앞은 이전에는 펄밭이었기 때문이다.

 

 

벌써 이곳도 재개발 사업이 진행 중이라 적지 않은 집들이 철거 되기도하고, 팔려서 철거 대상이 되어 페인트 칠을 해 놓고 있다. 집을 사면 그냥 출입금지 정도로만 해 놓으면 되는데 굳어 시뻘건 락카로 '철거'라고 쓰고, 다 부수는 것도 아닌 1/3 정도만 부셔놓은 이유는 험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란다. 집이 반듯하게 있으면 그냥 살려고 하지만, 창문을 부수어놓고, 쓰레기를 던져 놓으면 분위기가 안 좋아 기존의 사람들도 빨리 집을 헐값?에 내놓고 나가려고 한다는 것이다. 진짜 악질이다. 난 정말 걱정이 된다. 지금 이렇게 밑도 끝도 없이 아파트를 지어 올리면 2-30년 지나면 어떻게 될까? 인구는 계속 줄고 그럼 아파트는 더 이상 재개발이 안 되면 그 많은 아파트와 높은 아파트는 어떻게 될 것일까? 부수지도 못하고 황폐해질 수도 있는 것이다. 타산이 맞지 않으니... 진짜 걱정이다. 어쩔 때는 그냥 화가 난다.

 

 

중간쯤에 가다 계단을 발견했다. 위에도 길이 있었던 것이다. 우암동까지 갈 계획이 아니었다면 들렀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나중으로 미루고 계속 걸었다.

 

 

계단에서 조금만 더 가면 장고개를 알리는 재미난 그림이 그려져 있다. 지금은 길이 나서 이렇게 넓지만 예전에는 비포장 도로에 수변에 돌담들이 많았다고 한다.

 

 

문현곱창골목부터 같이 올라온 할머니. 길을 묻고 올라오면 또 그 자리에 계신다. 이후 사진에도 계속 등장하신다. 이곳에 오래 사셨단다. 저길로 쭈욱 올라가면 장고개라고 손짓을 하신다.

 

부산의 고갯길 장고개
부산의 고갯길 장고개
부산의 고갯길 장고개
부산의 고갯길 장고개 삼거리
부산의 고갯길 장고개
부산의 고갯길 장고개
부산의 고갯길 장고개

 

 

부산의 고갯길 장고개
부산의 고갯길 장고개
부산의 고갯길 장고개
부산의 고갯길 장고개
부산의 고갯길 장고개 물회수산
부산의 고갯길 장고개

 

저 위는 문현동과 우암동을 가르는 언덕이다. 용호동 사람들이 장고개를 이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도를 보면 용호동에서 부산진으로 가기  위해 이곳을 이용했다는 것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차라리 대연동으로 통과하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싶은데, 지금의 길과 그때의 길이 다르니 실제 살아온 이들의 증언을 들어봐야 알 수 있다.

 

부산의 고갯길 장고개
부산의 고갯길 장고개

 

증언에 의하면 장고개에 우물이 있었다고 한다. 많은 이들이 스파슈퍼 근처 어디일 것이라 추측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곳에 우물이 있기는 힘들다. 지형 구조상 문현동에 위치한 장고개 표시가 난 근처였을 것이다. 실제로 문현4동 주민센터 아래는 작지만 골이 만들어져 있고, 물이 흐르기 때문이다.

 

부산의 고갯길 장고개

 

 

급하게 장고개를 넘어왔다. 이제 우암동으로 들어갈 차례다. 벌써 만보기를 7000보를 넘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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