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산복도로, 수정동 산복도로
부산 산복도로의 역사
산복도로는 산중의 중턱을 가로지르는 도로이다. 하지만 이 단어는 대부분 부산에서 사용된다. 평지가 거의 없고, 대부분이 산으로 이루어진 부산은 주거지역이 산에 있다. 특히 6.25 전쟁이 일어나면서 피난민촌이 된 부산은 이북에서 넘어온 수많은 사람들이 초량과 수정동을 중심으로 산에 판잣집을 짓고 살면서 산복도로가 생겨나게 된다. 산복도로는 1964년 10월 20일 초량동에서 처음으로 개통되어 조금씩 늘어나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산복도로는 부산에 많은 곳에 생겨 났지만 좁은 의미로서의 산복도로는 수정동과 초량동의 산복도로와 영도의 산복도로를 말한다. 이들은 모두 전쟁으로 인해 생겨난 판잣집과 인연이 깊다.
● 영도 산복도로
수정동 산복도로
부산역에서 내려 산복도록 전체를 걷을 작정이었다. 나중에야 이것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는 알았다. 하지만 다시 가고 싶다. 발걸음도 가볍게 부산역에서 내려 영주터널 윗길로 계속 올라갔다. 부산역 주변 길도 힘들었지만 영주터널 위쪽 길을 타기 시작하자 처음부터 맞닥뜨린 것은 바로 끝도 보이지 않는 계단이었다. 일부러 사람들이 사는 샛길로 가려는 의도가 있기는 했지만 계단이 이렇게 많은 건 처음 알았다.
오르고 또 오르니 저멀리 북항이 보인다. 영도도 보인다.
30여분을 더 걸어 은하 아파트 앞의 산복도로에 올랐다. 좀 더 가니 카페 디오가 있어 아메리카노 한잔을 주문해 마셨다. 분커피맛은 그럭저럭. 하지만 안에 앉아 있던 5명의 부산 할매들이 어찌나 시끄럽던지 귀가 먹먹하다. 할매들에게 시끄럽다고 뭐 하기도 그렇고. 케이크와 커피를 마시고 일찍 커피숍을 나왔다. 갈 길이 멀다.
좀 더 가니 역사의 디오라마라는 전망대가 있어 올라갔다.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산복도로에서 밑을 보니 계단이 까마득하다. 저길 어찌 다닐까? 보통 일이 아니다. 보기만 해도 현기증이 난다.
산복도로를 주차할 공간이 거의 없다. 그래서 도로와 연계된 주택 옥상을 주차장으로 사용한다. 그런데 차를 세우면 집이 안 무너지나? 괜한 걱정이다.
광명빌라를 지나 구봉마을 가까이 가면 활력이 확실히 떨어진다. 머리하는 날도 폐점이 디어 창고 사용되고 있다. 옆 옷 맞춤집도 간판을 내린 지 오래다. 많은 사람들이 저곳에 살았을 때 저 가게에 들러 머리도 하고, 옷도 수선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빠져 나가면서 가게들은 생계를 잇지 못해 하나둘씩 폐업하게 된다.
구봉마을 입구에 도착했을 해인가정학과의원이 문을 닫은 것이다. 불과 며칠 전에 연로한 의사분이 돌아가시면서 폐업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 번도 가 본 적 없지만 아마도 연세가 많았을 것이고,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이곳에서 진료했을 것이다. 보지 않아도 상상이 된다. 마지막 순간까지 진료를 하셨다는 말이 된다. 이제 다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분과 친분을 맺어왔던 많은 사람들은 아쉽고 또 아쉽지 않을까.
구봉 삼거리(그냥 내가 붙인 이름이다) 앞 큰 길로 몇 번 다니기는 했지만 이곳이 구봉 마을이란 것도, 뒷산이 구봉산이라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아래 큰길로 가지 않고 윗쪽 샛길을 선택했다. 뒤돌아 보니 구동아파트가 보있다. 그렇게 많았던 사람들은 다 어디 갔을까? 어린 아이들은 자라서 벌써 장가를 갔을 터이다.
산복도로에 있는 수많은 계단들. 차도 들어가지 않은 저 좁을 길에 집을 지은 것도 신기하고, 아직도 살고 있는 것도 신기하다. 하지만 이제 빈집들이 하나둘씩 늘어 간다. 가파르다 못해 숨이 넘어갈 것은 수많은 계단들도 십여년이 지나면 다 사라질 것이다. 개발이란 이름으로. 나이가 든 탓일까? 왜 저런 풍경이 아쉬울까? 살면 불편해서 힘들어 하면서. 나이가 들수록 추억에서 산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수정동까지는 산복도로를 통하지 않고 산책로로 걸었다. 산책로가 있다는 것은 이번에 알았다. 시장을 보고 무겁게 짐을 들고 가는 할머니 짐을 계단 꼭대기까지 들어주고 다시 내려가기 귀찮아 윗길로 걸으니 용운사가 나왔다. 용운사에서 수정가족체육공원까지는 산길을 따라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었다.
20년까지는 안 되보인다. 아마도 10년 전에 만든 것이 아닌가 싶다. 너무 좋다. 거의 평탄해서 산책하기 정말 좋다. 아래로 펼쳐지는 초량과 부산진역, 그리고 산복도로 풍경이 아름답다. 불쑥 이곳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수정동까지 오니 해가 저물어 간다. 더 가고 싶지 않았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벌써 15,000보가 넘었다. 다리가 후들 거린다. 동구 좌천동 성북시장까지 갈 생각이었지만 시간이 안 된다. 수정동을 불러보고 마을버스를 타고 부산진역으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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