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제구 연산6동
연산동은 실질적인 부산의 정중앙에 아깝다. 부산이 길쭉하게 되어 있어서 정중앙을 말하기가 모호한 면이 있지만 정서적으로, 대략적 지리를 보면 연산동이 거의 중앙이다. 부산은 대부분이 산이고 평지가 거의 없다. 실제로 평지로 알려진 사상이나 사하, 중앙동과 남포동 등은 매립지다. 그러니까 처음에는 사람들이 살만한 곳이 아니었다. 일제강점기를 기점으로 부산은 대대적인 매립을 통해 땅을 넓혀 나갔다. 기장이나 강서구의 경우는 후에 부산에 포함된 곳들이다. 실질적인 부산에서 평지는 서면과 연상동, 동래가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평지에는 '평지 프리미엄'이 붙어 있다.
부산에서 아파트 가격이나 살기 좋은 곳들은 대부분 '평지'다.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이 전망이 좋을 선택하는 것과 부산 사람들이 평지를 선탁하는 것과의 정서상 상당히 차이가 있다. 최근에는 언덕에도 고급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고 있지만 불과 10년 전만까지만 해도 언덕과 산 쪽 아파트는 가격이 낮고 저렴한 또는 공공주택 형식의 주공아파트들이 대부분이었다.
연산동은 평지 프리미엄이 붙은 곳이다. 80년대 이후 연산동이 집중적으로 개발되었다. 연산 3동과 같은 산쪽에 있는 곳이 아닌 연산교차로 중심의 연산1동 4동, 5동은 부산에서도 손꼽을 만큼의 거대한 평지 프리미엄을 지니고 있다. 연산교차로 주변으로 갑자기 물 좋은 유흥가가 생겨났다. 물론 지금은 많이 약해졌지만.
그렇다면 연산6동은 어떨까? 배산역을 중심으로 길 건너 황령산 쪽으로 연산3동이 자리하고, 배산쪽으로 연산6동이 자리한다. 배산역은 연제구와 수영구를 가르는 경계역이다. 배산역에서 수영 쪽으로 조금만 지나 GS칼텍스까지가 연산동에 속하고, 작은 길을 넘으면 망미동이 된다. 그래서 연산6동에는 연산동과 망미동을 합해 '연미'라는 요상한 단어가 정말 많다. 연미아파트, 연미시장 등이 대표적이다.
배산역에서 내려 황령산 방향으로 올라가면 연산3동이다. 이곳에는 골목마다 작은 상가들이 시장을 이루고 있다. 정확한 명칭이 없는 것으로 보아 공식적인 시장 등록은 안 된것으로 보인다. 연산3동은 부산에서 오래된 전리마을이 있던 곳이다.
배산 쪽으로 바라보면 작은 구릉과 골을 지나면 배산쪽으로 급격하게 경사가 오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연산6동은 이렇게 배산과 황령산 사이에 조성된 곳이라할 수 있을 것이다.
정말 보기 드물에 서점을 하나 발견했다. 길건너에 있으니 아마도 연산3동에 자리하고 있을 것 같다. 90년대까지만 해도 골목 서점이 정말 많았는데, 도서정가제를 시행한 다음 서점들이 줄 도산을 했다. 책값을 할인하지 않고 골목서점을 살리기 위해서 시행한 정책이 오히려 서점을 죽이는 꼴이 되고 말았다. 서점이 할인이 되지 않자 모두들 인터넷으로 몰렸고, 재고를 할인해 팔아야 하지만 그럴 수 없어 반품하는 일이 많아지고, 출판사는 망하는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만 것이다. 뭐.. 도서관이나 학교에 납품하는 서점들은 할인을 해주지 않아도 되니 좋았다고 한다. 극히 몇 개의 서점만 남고 대부분의 서점은 모두 망하고 만 것이다. 참으로 기이한 일이다.
연미전당포. 간판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직도 전당포가 있다니. 그냥 신기했다. 연기서도 '연미'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연산동 우체국에서 우회전해 들어가면 뒷길로 빠진다. 아파트로 올라가는 길을 제외해도 꽤나 큰 거리인데 삼거리 이름이 붙어 있지 않다. 예전에는 붙어 있던 걸로 아는데 지도에는 표시를 해 놓지 않는다. 신리삼거리가 가까이 있어 굳이 붙일 이유가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연산동은 대부분 평지에 있어서 다이나믹한 느낌이 적은 대신 평온한 느낌이 강하다. 연산6동도 안정적이고 평화롭다는 느낌이다. 특히 연산동은 공단이 없다. 그런 점에서 연산동으로 들어오면 굳이 산으로 가지 않아도 공기가 의외로 맑다. 물론 연산교차로 주변은 많은 교통량으로 상당히 좋지 않다. 연산6동은 뒤로 배산이 자리하고 있어 산책로도 있고, 평지도 많아 다니기가 편하다.
쌍미천로로 명명된 이 도로는 느낌상 복개천 같다. 도로를 보면 온천천 바로 앞까지 연결되어 있다. 지형을 봐도 황령산과 배산 사이에 흐르는 계곡이나 천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많은 비가 내릴 경우 이곳은 갑자기 물길이 만들어져 위험해 보인다.
연미아파트 주변은 작은 시장도 형성되어 있고, 배산연과 연산교차로와 수영교차로 중간에 자리하고 있어 교통량도 많이 시내버스도 많은 편이다. 여러면에서 편리하다. 고급스러운 느낌은 덜하지만 그렇다고 영도나 서동처럼 복잡하고 어지러운 느낌은 거의 없는 편이다.
[부산의 전통시장] - 연미아파트, 연미새아파트, 연미새시장
쌍미천로는 한가하다. 장점은 조용하고 안정적인 느낌이지만, 단점은 오가는 사람이 적이 이곳에 장사를 하면 수익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말도 된다. 대부분 주택가라 그럴 수도 있다.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밖에 나가면 돈을 잘 쓰지만 집에 들어오면 잘 쓰지 않기 때문이다. 묘한 심리다. 동일한 커피숍도 사무실이 많으면 장사가 잘 되지만 주택이 많은 곳은 그에비해 수익이 잘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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